엄마께 돌아가신 아빠 얘기를 해도 될까요?

공지사항 24.04.18
올해 20살이 된 대학생입니다. 부모님은 제가 4살 때 이혼을 하셨고, 저는 그 이후로 엄마와 둘이 살았습니다. 제가 워낙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기도 하고, 눈치가 빠른 편이기도 해서 어린 나이에도 제가 아빠 얘기를 하면 엄마가 슬퍼하신다는걸 알고 있었고, 때문에 부모님이 이혼하신 후 일부로 아빠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딱 한 번 아빠가 보고 싶다는 말을 조심스레 꺼낸 날, 엄마가 밤새도록 화장실에서 나 몰래 우셨어요... 그래서 그 날 이후로 더 얘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12살이 됐을 때, 아빠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아빠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이 많지 않아서 눈물이 안 날 줄 알았는데, 이젠 아빠를 ‘안’ 보는게 아니라 ‘못’ 본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고요(사실 엄마도 안우실 줄 알았는데, 많이 우셨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상태라서 제가 상복을 입거나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자리는 지키는게 맞는 것 같아서 엄마와 함께 장례식장에서 계속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례 마지막날 새벽에 제가 잠든 사이에 친할머니와 엄마가 싸우셨어요...(그래서 발인은 못보고 집에 왔습니다) 두 분이 싸우시는 소리가 굉장히 커서 자면서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습니가. 엄마가 굉장히 화난 목소리로 ‘내가 누구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었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메꿨는데!’하고 소리치셨어요... 들으면 안되는걸 들어버린 것 같아서 계속 잠들어 있는 척, 못들은 척 한 채로 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그날을 시작으로 아빠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음. 장례 끝나고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제가 아빠에 대해 아는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제가 아는거라곤 고작 아빠의 성함과 나이, 얼굴 뿐이였습니다. 심지어 아빠의 생신(생일)부터해서 아빠의 사망원인까지도 모릅니다. 어릴 땐 엄마가 먼저 저에게 ‘아빠 보고싶으면 얘기해. 아빠 얘기 해도 돼.’ 하면서 말을 꺼내셨었는데, 언젠가부터는 제가 아빠 얘기를 조금이라도 꺼내면 피하셨어요... 저는 점점 클수록 아빠의 빈자리도 크게 느껴지고, 아빠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도 너무너무 많은데 엄마 말곤 알려줄 사람도 없고... 아빠 생각을 할 수록 그리움은 커지고, 점점 더 보고싶고... 중학생 때 쯤부터는 아빠 생각을 하면서 울다가 잠드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아빠 산소도 가보고 싶고(돌아가신 후로 딱 한 번 가봤어요/집이랑 거리가 꽤 멀기도 하고 산속이라서 차 타고 가는거 아니면 갈 수가 없어요...), 아빠 얘기도 듣고 싶은데, 제가 엄마한테 아빠 얘기를 꺼내도 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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